유승민, “황교안, 이번주 내에 만날 듯”...‘통합이냐 무산이냐’ 갈림길

‘보수대통합’의 양대 축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담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대구 동구을) 보수재건위원장이 이번주 회동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다.흩어진 보수진영이 통합과 무산 사이 기로에 섰다.새보수당 유 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당 대표단 회의 후 양당 통합에 대해 “이번주 실무진 비공개 회의가 마무리되면 (황교안 대표와) 직접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그는 “(황 대표와 회동을)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유 위원장은 황 대표와의 협상에 대해 “서로 핵심적으로 궁금한 질문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받는 상태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주에) 결론이 날지 안 날지는 모르겠다. (황 대표와의 직접) 대화가 조금 진행은 되고 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이어 “공천이나 지분 대화는 전혀 없다”며 “(보수 재건의) 3대 원칙을 얘기할 때 공천권이나 지분에 대해선 전혀 따지지 않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유 위원장은 “제가 황 대표하고 하는 대화는 양당 간 문제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결론을 내는 것”이라며 “결론이 나면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문제도 결론이 자연스럽게 따라가지 않겠나”라고 했다.정치권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보수통합의 밑그림도 양측의 만남을 계기로 어느 정도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당초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이르면 4일 만날 것이란 주장도 나왔지만 유 위원장의 발언을 고려하면 이번주 초 회동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황 대표는 이날 유 위원장과의 회동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지만 한국당은 당명을 ‘통합신당’으로 바꾸기로 했다.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두 차례 열린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당명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명뿐만 아니라 횃불 모양의 당 로고, 붉은색의 당 상징색도 모두 바꾸기로 했다.4월 총선을 앞두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당명 개정을 추진하는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새보수당과의 보수 통합을 감안해 당명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이미지 쇄신은 물론 보수 통합의 화두인 통합을 새로운 당 명칭에 넣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한편 황 대표는 4일 대구·경북 지역의원들과 회동에서 유 위원장과 추진 중인 보수 통합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만약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신당 창당에 합의하면 기존 한국당 해산을 위한 상임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포항지열발전소 사후 처리 방향 갈림길, (하)지열발전 ‘폐쇄’-스위스 바젤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바젤 중앙역에서 트램과 버스로 20분 남짓 달리니 원형 펜스가 시야에 들어왔다.바젤시 환경관리공단 주차장 한가운데 주황색 철조망에 둘러싸인 지열발전소 모습이다.발전소라 해서 뭔지 모를 ‘웅장함’을 예상했건만,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설비 대부분이 철거된 채 어른 키만 한 펌프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이를 미뤄 과거 이 일대가 지열발전소 부지였다는 사실을 짐작게 했다. 이 발전소는 비화산지대에서 주로 쓰이는 인공저류지열시스템(EGS) 방식을 도입했다.EGS는 수리자극(지하 암반에 물을 주입해 인공적인 틈을 만드는 것)에 따른 수많은 미소지진을 일으킨다.그런데 바젤 지열발전소는 통상적인 관점에서 수리자극에 따른 지진 강도가 너무 높았다. 2006년 12월8일 저녁, 규모 2.7과 3.4 지진이 잇달아 발생한 것이다. 물 주입에 나선 지 불과 엿새만이었다.바젤지역 환경단체 간부 호른 메이다(31)씨는 “지진 당일 아침에 29.6MPa의 압력으로 초당 50ℓ의 물이 땅속에 주입됐다”면서 “이는 프랑스 슐츠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평균 수압(14.5MPa)의 2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유발지진 3년 만에 지열발전소 폐쇄지진이 나자 건물 외벽에 금이 가는 등 2천700여 건의 재산피해 보고가 접수됐다.스위스 정밀조사단은 3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지열발전소가 땅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거나 뜨거워진 물을 뽑아 올린 것이 지진의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스위스 정부는 결국 2009년, 이 지열발전소에 대해 ‘폐쇄’ 조처를 내렸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 발생 이후 지열발전소 ‘유지’와 ‘개선’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EGS 프로젝트를 이어가면 향후 30년 동안 최대 200번, 최대 규모 5.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이에 따른 비용은 최대 3억 스위스프랑(약 3천600억 원)에 달한다고 예측했다.미국의 많은 전문가도 스위스 정부의 지열발전소 폐쇄 정책을 지지했다.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마크 레빈 소장은 “큰 지진이 발생하면 지하에 공극이 커져 EGS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EGS는 지하의 지열을 통해 물을 데운 후 다시 물을 빼내는 방식으로, 지하에 고인 물이 빨리 데워질수록 경제성이 있다.지하에 물이 그물망처럼 퍼져 물이 지각에 닿는 표면적이 넓은 것이 유리한 셈이다.반면 큰 지진은 물의 압력이 지하에 큰 내부 공간을 만들어 열을 많이 얻지 못한다는 게 레빈 소장의 논리다.포항지진 이전 EGS에 따른 가장 큰 유발 지진은 2003년 호주 쿠퍼의 규모 3.7이다. 이 지열발전소는 지진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쇄됐다.2009년 규모 2.7의 유발 지진이 일어난 독일 란다우도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땅속에 남아있는 물 처리 방법 쟁점그렇다고 지열발전소를 무작정 폐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시추공을 메워 버리는 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바젤 지열발전소의 경우 2007년부터 4년여 간 시추공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지진이 단 1건에 그쳤다.하지만 2011년 4월 시추공을 닫은 뒤 지하 압력이 증가하면서 2012년부터는 다시 지진이 잦아졌다.발전소 측은 이를 검토해 2017년부터 다시 시추공을 열어 정기적으로 물을 빼내고 있다.바젤시 환경에너지팀 마르쿠스 다이콘 팀장은 “시추공을 닫자 지하에 남아있는 물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수압이 높아져 시추공을 다시 열어야만 했다”면서 “물 배출 작업은 매월 1~2회씩, 12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이 발전소 지하에는 1천t 내외의 물이 남아 있는 상태다.그렇다면 언제까지 지하의 압력을 조절해야 하는 걸까.포항지열발전소는 2016년 1월부터 1년9개월 간 발전소를 시험가동하면서 총 1만3천t의 물을 땅에 주입했다.시험을 거듭하며 7천t의 물은 빼냈지만 포항지진 이후 나머지 6천t은 여전히 땅속에 남아있는 상태다.문제는 남아있는 물이 지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물을 빼낼 수도 없다.많은 전문가는 물을 빼내는 과정에서 지하 압력이 변하면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스위스도 지열발전소를 폐쇄한 뒤 남아있는 물을 빼내는 과정에서 지진이 다시 발생하기도 했다.이 때문에 바젤시는 지진 이후 변화된 지층 구조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과 상당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다이콘 팀장은 설명했다.이에 관해 세부적인 설명을 이어가던 그는 지열발전소 안내를 마무리하면서 취재진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지열발전소 폐쇄 및 원상복구는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안전이 우선입니다.” =이강덕 포항시장 인터뷰=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로 드러났다.앞서 지진을 피할 기회가 4번이나 있었음에도 당시 정부의 무지와 자료해석 부실, 안전관리 부재 등이 참사를 자초했다.지난 4월 이강덕 포항시장이 삭발하고, 시민 3만여 명이 도심에서 유례없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가 항의 집회를 하기도 했다.하지만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가 나온 지 7개월이 넘도록 달라진 것은 없다.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은 지지부진하고, 지열발전소 안정화 논의는 걸음마 수준이다.포항시장 집무실에서 이 시장을 만나 향후 지열발전소 사후 처리방향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다음은 일문일답.△포항지진의 원인은.-포항 지열발전소에서 지열발전을 위해 지하에 압력이 높은 물을 주입하면서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 정부와 국내 지질관련 학자들이 지열발전 연구 프로젝트에 본격 들어가기 전 입지 선정 때 단층 등 지반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유발한 것이 증명됐다.△지열발전소 폐쇄만이 정답인가.-백번 양보해서 자연지진이라 해도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지열발전소가 가동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열발전소는 반드시 폐쇄돼야 하고, 정부에 부지 원상복구도 요구할 것이다. 포항시민의 분노는 말로 설명하지 못한다. 지열발전소 건립과 운영에 관여한 기관과 회사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폐쇄 이후 사후 관리방안은.-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에 따른 유발 지진이 발생하자 즉각 발전소를 폐쇄했지만 땅속에 남아있던 물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2년 후 또다시 지진이 발생했다.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서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물을 빼고 압력을 빼서 완전 폐쇄하는 게 좋은지 전문가 조사를 거쳐 사후관리를 위한 관리방안을 수립하겠다.△포항지진 특별법 제정도 요구하는데.-개별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진피해 주민들에 대한 신속한 보상과 지역 재건 등을 위해서는 종합적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법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 파행 등으로 특별법 제정이 별다른 진척이 없어 포항시민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정부에 바라는 점은.-스위스의 경우 전문가들이 3년간 조사를 거쳐 20년 이상 장기계획을 세우고 지진전문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사후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방안을 세웠다. 지열발전소 안전 폐쇄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으로 정부가 시민불안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포항지열발전소 사후 처리 방향 갈림길, (중)지열발전 ‘개선’-프랑스 슐츠

얼음 나라인 아이슬란드는 북위 60℃ 이상의 추운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전기 생산의 90% 이상을 지열발전으로 해결한다.그 이유는 단순하다. 화산지대에 속해 펄펄 끓는 온천수와 고온의 수증기가 무한정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이 같은 이유로 지열발전소는 그간 화산지대에 위치한 일부 국가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2000년대 들어 비화산지대인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열발전이 급속히 성장한 것이다.그 배경에는 굴착기술 발전에 따른 ‘인공 저류 지열 시스템(EGS)’이 있었다. EGS 방식을 이용한 지열발전 사업의 선두 주자는 프랑스다.유럽연합(EU) 지열발전 공동 프로젝트의 산물인 ‘슐츠발전소’가 대표적이다.◆비화산지대 상업 지열발전 성공 모범케이스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를 이용해 2시간 여 만에 발전소에 도착했다.거대한 옥수수밭 한가운데 위치한 발전소는 사방이 철조망 펜스로 막혀 한낮에도 을씨년스러웠다.붉은색의 커다란 시추공들이 인상적이었다.발전소 내부로 들어서니 시추공(주입정) 옆에 부식시험 시설과 재주입 펌프 등이 작동하고 있었다.또 다른 시추공(생산정) 주변으로는 열 교환기와 전처리 필터 등이 설치돼 있었다.이들 시추공 사이에는 저수지가, 저수지 인근엔 냉각 펌프가 자리했다.약속 시간보다 1시간30분가량 이른 시간에 방문했지만 발전소 관리자 앙뚜완 샹스(46)씨는 싫은 내색은커녕 “you north or south?(북한 사람입니까? 남한 사람입니까?)” 라고 유머를 섞어가면서 취재진을 다정하게 대했다.제일 먼저 발전소에 대한 주민 반대 여부를 묻자 “이것을 가동하는데 주민들이 왜 반대를 합니까”라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샹스씨는 지열발전의 장점에 대해 “지열을 이용한 발전은 365일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특징”이라며 “가동시간이 제한된 태양광과 풍력 등 여타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기후조건과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면서 “환경성은 물론 유지보수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점도 있다. 발전소 인근 가구는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공급받는다”고도 했다.이 발전소는 비화산지대에서 상업 지열발전이 가능케 한 EGS 연구용으로 2007년 완공됐다. 발전 용량은 총 1.5㎿다.EGS 방식이 적용된 지열발전소는 일반적으로 시추공을 2개(주입정·생산정) 뚫는다.하지만 슐츠발전소는 완공 이후 지금까지 시추공을 5개나 뚫었다. 깊이도 2.2~5.2로 각각 다양하다. 이는 생산정에서 회수되는 증기 온도의 경제성 문제에 기인한다.◆고온 증기 생산 위해 지하 5㎞ 이상 시추공 추가 설치화산지대의 경우 통상 2㎞ 미만의 깊이에서 250℃ 정도의 온도를 나타낸다.하지만 비화산지대에서 같은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더 깊이 내려가야 한다.땅속 100m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3℃씩 높아진다고 보면 5㎞는 파야 비슷한 온도를 얻을 수 있다.문제는 지하로 내려갈수록 열은 많아지지만 물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땅속 물을 끌어올려 그 열로 발전을 하는 지열발전의 경우 물이 없으면 아무리 온도가 높다 해도 무용지물이 된다.EGS는 인공적으로 물을 주입한 후 데워진 물을 끌어올려 터빈을 통해 열을 빼앗는 방식을 사용한다.이 방식을 이용하면 100~150℃의 열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슐츠발전소는 땅속 3~4㎞ 깊이에서 최소 160℃ 이상의 증기 생산을 목표로 했다.지열발전 초기 당시 주입정에 투입된 물의 온도는 65℃ 내외였다.이 물이 열기를 품은 지하 2.8~3.5㎞ 지점의 화강암 암반층을 거쳐 생산정으로 용출되면서 변한 증기의 온도는 140℃ 안팎이다.발전소 엔지니어 필리프 트롬(47)씨는 “140℃의 증기가 경제성 있는 온도는 아니었지만 이론적으로 지하 5㎞까지 시추하면 200℃의 증기를 회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발전소 측은 그러나 수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60℃ 이상의 고온 증기 생산에 실패했다.결국 2010년 2개의 시추공을 추가로 설치했다. 추가 설치된 시추공의 깊이는 기존 생산정보다 1.5㎞ 이상 깊은 지하 5.1㎞와 5.3 ㎞다.땅 밑으로 1㎞가량 파 내려갈수록 온도가 25℃가량 상승하는 원리를 이용한 셈이다.현재 이 발전소는 지열발전에 경제성 있는 160℃ 이상 고온의 증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생산량은 시간당 9만ℓ 내외다.슐츠발전소가 시추공 추가 설치에 나선 데는 고온의 증기 생산 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유발 지진에 대응하기 위함이다.◆유발지진 대비 시추공 추가 설치발전소 가동 초창기에는 시추작업 과정에서 유발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시추공을 통해 주입된 물이 연약지반을 만들거나 의도치 않게 단층에 쌓인 응력을 건드린 것이다.이 때문에 인근 주택가 담이 갈라지고, 땅속에서 울리는 진동 때문에 주민들이 놀라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그동안 발생한 유발 지진의 최대 규모는 2.9였다.발전소 인근 주민 칼레 윌슨(61)씨는 “발전소 가동 초기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그나마 참을만했지만 집이 울리는 진동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전했다.발전소 측은 유발 지진이 자주 발생하자 시추공을 추가로 설치했다.이후 지하에 물을 주입할 때 한 곳이 아닌 두 곳의 주입정을 이용한 뒤 물을 회수하자 미세지진 발생이 현저히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또한 생산정 한 곳에 주입한 물을 회수정 두 곳을 통해 끌어올리자 미소지진 발생이 크게 줄어들었다.슐츠발전소에 따르면 유발 지진은 2009년 총 400회에서 시추공 2개를 추가 설치한 2010년 25회, 2011년은 5회로 크게 감소했다.비화산지대에서 EGS 방식을 적용한 발전소 상당수는 그간 일정 규모 이상의 유발 지진이 나면 지열발전을 즉각 중단했다.하지만 이 발전소는 시추공을 더 뚫어 지하 물길을 여러 방향으로 만들어 압력을 줄이는 개선 방안을 도입해 현재도 정상 가동 중이다.슐츠 프로젝트에 참여한 카셀 라이쉬 GFZ 독일지구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다수의 시추공이 압력을 완화시켜 유발 지진이 크게 줄었다”면서 “포항지열발전소처럼 생산정의 증기 회수량을 높이기 위해 주입정의 물 주입 압력을 높이는 행위는 지진 촉매제 역할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포항지열발전소 사후 처리 방향 갈림길, (상)지열발전 유지-핀란드 헬싱키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흥해읍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규모는 5.4, 인근 대구는 물론 전국이 흔들렸다. 강도는 2016년 9월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은 역대 두 번째다.그런데 진원지가 얕아 피해는 경주보다 오히려 심했다. 5만6천여 곳의 시설물이 전파 또는 반파됐다.인명 피해도 135명으로 경주지진(23명)보다 6배가량 많았다. 다음날로 예정됐던 수능 시험이 연기되기도 했다.주택이 무너지거나 여진 공포로 호소를 찾은 이재민은 한때 2천여 명에 육박했다. 지금도 30여 명의 이재민이 구호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그동안 ‘지열발전소 탓이다’, ‘자연 지진이다’ 등 지진 발생 원인을 두고 학계도 대립했다.이 같은 논란은 지진 발생 16개월이 지나서야 일단락됐다. 지난 3월 정부합동조사단이 지열발전소 가동에 따른 ‘촉발 지진’으로 결론을 내면서다.이제 학계와 포항시민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지열발전소 처리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많은 포항시민은 즉각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최근들어 지진 관측이나 천부지열 등을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이에 본지는 포항지진 발생 원인을 재조명하고, 지열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세계 곳곳의 유발지진 현장을 직접 취재해 합리적인 지열발전소 사후 처리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지진 모니터링 위해 추가 시추공 뚫고 지진계 설치촉발 지진을 유발한 포항지열발전소는 ‘인공저류지열시스템(EGS)’ 방식을 사용했다.EGS는 시추공(주입정)을 지하 4~5㎞까지 뚫어 고압으로 다량의 물을 주입해 압력을 가하면, 물이 땅속의 갈라진 틈을 따라 흘러가 160~180℃의 지열에 의해 데워진다. 이를 다른 시추공(생산정)을 뚫어 지하에서 만들어진 수증기를 회수해서 발전기를 돌리는 시스템이다.EGS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유발 지진을 얼마나 조절할 수 있느냐다. 한국을 비롯해 스위스, 독일, 미국 등 EGS 방식을 도입한 나라 대부분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사람이 체감하지 못하는 미소지진을 넘어 규모 2.0 이상의 유발 지진이 지열발전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하지만 핀란드의 경우 EGS 방식을 이용해도 지진을 유발하지 않고 지열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핀란드에서 지열발전소를 짓고 있는 ‘에스티원 딥 히트 오와이’(St1 Deep Heat Oy) 프로젝트 연구팀이 실시간 모니터링과 피드백 등 정교한 관리를 통해 규모 2.0 이상의 지진을 유발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연구팀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헬싱키 알토대 캠퍼스를 방문했다.알토대는 2010년 핀란드 정부 주도하에 헬싱키경제대, 헬싱키공과대, 헬싱키예술디자인대가 통합된 학교다.핀란드 창업생태계의 중심지로,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핀란드 ‘오타니에미’(Otanemi) 구역에 위치해 있다.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기간에 이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차로 20분 남짓 달리다 보니 멀리 캠퍼스 건물들이 보였다. 우뚝 솟아있는 원통형의 커다란 굴뚝과 핀란드 국기를 매단 시추공이 한 눈에 들어왔다.캠퍼스는 전체적으로 조용했지만 지열발전소 현장은 분주하고 활기찼다. 시추를 위한 각종 설비를 점검하고 수치를 확인하는 직원들은 생기가 넘쳤다.“Please wear a safety helmet(안전모를 써 주세요)”안내 직원이 안전모를 착용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해 왔다.보안절차를 마치고 발전소 시추 현장에 들어서자 웅장한 기계음 속에서 각종 설비가 일사불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발전소 관리자 켈스 루수넨(51)씨는 “시추작업이 중심이 되는 지열발전 특성상 발전소 운영은 늘 긴장의 연속”이라며 “불시에 찾아오는 긴장감이 익숙하더라도, 평소에 세심하게 관리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물 주입 조절 실시간 모니터링 규모 2.0 이상 지진 억제 성공에스티원 딥 히트 오와이 연구팀은 지난해 2월 알토대 캠퍼스 내부에 6.1㎞ 깊이의 시추공(주입정)을 만들고 6~7월에 1만8천여㎥의 물을 주입했다.지진 모니터링을 위해 물 주입을 위한 시추공과 별도로 모니터링용 시추공을 3.3㎞ 깊이로 하나 더 뚫었다.이곳에 지진계 12개를 설치했다. 유발 지진을 정확히 판단하고 이에 따른 물 주입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다.이것도 모자라 반경 6㎞ 이내 주변부에 0.3~1.15㎞ 깊이의 시추공을 여러 개 뚫고, 지진계 10여 개를 추가 설치했다.이후 연구팀은 신호등 방식으로 규모 1.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물 주입을 즉각 멈추는 등의 방식으로 물 주입을 조절했다.이런 방식으로 시추공 상단에서 60~90㎫의 압력과 분당 400~800ℓ의 유량 사이에서 주입 조건을 조절해가며 지진이 나지 않도록 했다.발전소 현장을 안내한 엔지니어 구나르 니가르드(38)씨는 “지진의 발생 빈도와 위치, 규모 등을 고려해 물 주입 시 압력을 조절해가며 실시간으로 관리했다”며 “물 주입 과정에서 관측된 지진은 약 8천500회였지만 유발 지진의 최대 규모는 1.9로 2.0을 넘는 지진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앞서 핀란드 정부는 지열발전 허가 당시 규모 2.0 이상의 유발 지진이 나면 즉각적인 프로젝트 중단을 조건으로 제시했었다.연구팀은 이처럼 세심한 관리를 통해 유발지진 억제에 성공하면서 올 초 핀란드 당국으로부터 발전을 위한 추가 시추공을 뚫는 것을 허가받았다.추가 시추공 작업은 이달부터 시작된다. 물을 빼내게 될 두 번째 시추공(생산정)을 뚫어야 제대로 된 지열발전소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핀란드 프로젝트 운영사인 베이커휴즈GE 관계자는 “규모 1.0 이상의 유발 지진은 그 자체로 위험한 신호로 봐야 하지만 포항지열발전소는 그런 세심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EGS 방식이 지진을 유발하지만 신호등 체계를 잘 지킨다면 비화산지대에서도 지열발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